2009년 09월 18일
중국어 발음, 표기법
좀 급하게 나올 책의 교정을 보는 중.
우리 출판사에서 고구려라는 책을 출간한 정수인 작가가 중편 두 편을 묶어 책으로 내는데, 이걸 읽다보니 띠용하고 시선이 모이는 내용이 있었다.
중국어 발음에 대해 요즘은 '원어'에 비슷하게 발음하는 게 대세(?)로 굳어지는 것 같은데, 나야 중국어에 별 관심도 없고, 또 그것의 옳고 그름에 대해 판단할 만큼 지식이 없기 때문에 그닥 마음에 들진 않아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가고 있었다. 근데 오늘 소설을 보니 이게 확실히 문제가 되는 모양.
아래 내용만으로 보면 확실히 이 내용이 맞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아무 이유도 없이 공연히 외래어 표기법을 혀 돌아가게 정한 것은 아닐 텐데.
김 선생이 가장 배반감을 느끼는 것은 한국 사람들이 쓰는 언어 때문이다. 조선족들은 중국에서 수십 년을 살아왔지만 조선말과 조선글을 포기하지 않았다. 소수민족의 풍속습관을 보호하는 정책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말과 우리글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족들은 어려서부터 한족말 속에서 자란다. 부부 싸움을 할 때에도 한족말로만 하는 사람이 많다. 경어가 없어 편하고 꽥꽥 고아대기가 편해서라고 하지만, 그만큼 한족말을 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선말을 하거나 조선글을 쓸 때에는 아무도 지명이나 인명 등을 한족말로 하지 않는다. 반드시 북경, 심양, 길림, 연길이라고 하며 등소평, 강택민, 주용기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서툰 한족말을 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 모른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는 일도 많다. 돈을 가리키는 ‘원’은 한어로 ‘왠元’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엉뚱하게 ‘위안’이라고 하는 것은 병음 YUAN을 병음으로 읽지 않고 영어식으로 읽었기 때문이다. 꼬우리(高麗)를 가오리라고 하거나 따랜(大連)을 다렌, 뚱즈먼/뚱즈멀(東直門)을 둥즈문이라고 하는 식이니까 듣는 사람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지기 마련이다. 강택민도 장쩌민이 아니라 쟝저민이라고 해야 옳다.
영어에 악센트가 있다면 한어에는 4성이 있다. 한글로 적으면 똑같은 소리가 되는 것도 발음에 따라 전혀 다른 뜻이 된다. 한국 사람들은 자기들 발음이 엉터리라는 것은 모르고 그저 자기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조선족들을 비난한다. 한국 신문에 ‘산시성’이라고 곧잘 쓰는데 그게 섬서성(陝西省)인지 산서성(山西省)인지 알 수가 없다. 제대로 적는다 해도 ‘싼시썽’이라고 적을 수밖에 없지만 섬서성의 싼(shan)은 3성이고 산서성의 싼(shan)은 1성이다.
한국에서는 ‘초등학교 한자교육 철저히 하여 국어생활 정상화하자’느니 ‘아태문화권의 고아로 전락되는 문화위기를 미연에 대비할 것을 촉구한다’느니 하지만 막상 중국에서는 대학 교수들도 간자(簡體字)만 쓰기 때문에 번자(繁體字)를 거의 모른다.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서는 번자를 쓰는 한국인과는 필담도 통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번자를 잘 아는 한국 사람도 따로 간자를 배우지 않고는 그대로 먹통이 된다.
조선족 동포들은 외롭다. 지지리도 못난 한국 정부, 우물 안 개구리처럼 턱없이 잘난 한국인들의 그릇된 세계화는 제 언어까지 팽개치고 도나캐나 혀 짧은 외국어를 지껄여야만 하는 줄로 알고 있으니 큰 문제다. 한국 사람들한테서 연길이나 용정 대신 옌지니 룽징이니 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조선족들은 다시 정든 고향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눈앞이 아득하고 골이 휭해진다.
# by | 2009/09/18 22:43 | 한마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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