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6월 21일
불편한 것들
1. 외근을 다니면 불편한 것들을 많이 본다. 제일 마음에 걸리는 것이 헌혈이다. 광화문 쪽에서 아주머니들이 피켓이나 판때기를 하나들고서 헌혈하고 가세요 하며 지나는 사람들을 붙잡는 걸 보면 늘 눈에 걸린다. 바쁘다, 하고 핑계를 대지만 그래도 마음이 않좋다. 나는 헌혈이라곤 딱 세 번을 해보았다. 모두 군시절에 했던 것들이다.
2. 다음엔 서명류다. 주된 것이 굶는 아이들에 관한 것. 그래선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가던 길 멈추고 서명하는 게 어렵다. 오히려 걸음이 더 빨라지고 그들의 눈을 외면하거나 뭔가 생각에 잠긴 척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강남쪽으로 외근을 나갔을 때 아주머니들이 굶는 아이들을 돕자며 서명을 해달라고 하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나는 거의 충동적으로 가서 평소 이런 것에 매우 협조적인 척 선뜻 서명을 했다. 그런데 그런 내 연기가 무척 잘 먹혔던지 아주머니는 기부금을 부탁했다. 난 거기에도 선뜻 응했다. 선뜻 응했던 것엔 이 기부가 일회성일 것이다, 라는 생각이 있었고 대략 만원 정도면 그리 '아깝지' 않다는 계산이 있었다. 근데 그걸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속적인 기부에 대한 것이었다. 내 마음엔 잠시 갈등이 있었지만 거기에도 대뜸 서명을 했다. 매달 1만원씩 1년. 뭔가 마음이 아리송했다. 잘 한 건지, 당한 건지.
3.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니 불분명한 발음으로 '도와주세요'를 외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저들은 어째서 저렇게나 초라한 몰골로 구걸을 하고 다니는 것일까. 어딘가 조직에 얽매여 있든, 아니면 자발적(?)인 것이든 그들의 모습은 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노숙자들은 더욱 그렇다. 그들은 마음의 어떤 부분이 파괴된 것 같다. 기독교가 욕을 많이 먹지만 그중엔 좋은 사람도 있어서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고 삶의 의지를 지피려고 노력하는 목사님도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반응은 무기력 또는 허세라고 한다. 무기력은 돈푼이나 달라는 것이고 허세는 그 돈 받고 어떻게 일하냐는 것이다.
내 얕은 마음에서 그들을 헤아리게 되면 나는 무척 불편하다. 내 안에도 부서지다 만 부분이 있다. 그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 by | 2009/06/21 20:15 | 출판일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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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야는 감정이 메말랐다기보단 원칙이 명확해서 그런 것 같아. ㅎㅎ 내 생각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