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무브먼트 문학선을 펴내며

한동안의 토의 끝에 뉴무브먼트 문학선 출간을 결정했다. 진통 끝에 나오는 것이니만치 부디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
아래의 글은 그 첫 권 '오래된 소녀'에 들어갈 편집자 노트이다.



뉴무브먼트 문학선을 펴내며

 

-오래된 경계 허물기

 

  한국에서 문단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편집자가 볼 때 한국문단이란 이런저런 제도를 통해 등단을 한 사람들이 형성한 세력이다. 여기에서 등단이란 바로 그들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일종의 자격증이다. 근데 문단의 자격증이란 것이 운전면허처럼 모두에게 동등한 것은 아니다. 자격증에도 등급이 있으며 그 기준은 대체로 ‘어디에서 자격증을 따느냐’이다. 새삼스럽게 해묵은 논쟁을 되풀이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문학에 굳이 그런 자격증이 필요하냐는, 그에 따른 ‘순수’니 ‘비순수’니 하는 구분들에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하는 의문 때문이다.

  문학은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언제나 담아온 것은 인간의 삶이었다. 신과 악마가 우주를 창조하고 거인이 산을 허물며 용들이 하늘에서 불을 뿜는 이야기가 과연 현실과 완전히 괴리된 이야기인가. 그들에게서 우리들 삶의 자취를 찾기란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인간의식의 반영이며 곧, ‘삶’이다. 현재 장르 또는 비순수로 구분된 문학이란 삶을 독특한 방식으로 새롭게 풀이해낸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순수도 없고 비순수도 없다. ‘삶’이 있고 그것을 담아내는 ‘문학’이 있을 뿐이다. 기득권을 위한 경계는 사라져야한다. 오직 남아야 할 경계란 삶을 담아내는 방식의 구분뿐이다.

  뉴무브먼트라는 이름엔 바로 이 ‘오래된 경계’를 허물고자하는 바램이 담겨있다.

  독자 제현의 많은 질타와 격려를 부탁드린다.

 

 

뉴무브먼트, 그 첫 번째 - 오래된 소녀

 

  ‘오래된 소녀’는 실제 얀과 뒤라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다루는 소설은 아니다. 만약 그랬다면 뉴무브먼트 소설선의, 그것도 첫 번째 권으로 출간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소설에 대해 우리는 많은 토론을 벌였다. 이 낯설고도 이질적인 이야기가 과연 독자들에게 얼마나 다가갈 수 있겠느냐는, 다시 말해 우리의 조그만 시작이 그 시작과 함께 끝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지금 보는 바와 같지만, 당시 우리들의 고민은 굉장했다. 불황인데다, 유통구조에서부터 많은 부담을 떠안고 있는 작은 출판사가, 그것도 대중성과 새로움의 결합이 어려운 이 소설을 과연 출간해야 할 것인가, 버려야 할 것인가를 우리는 선택을 해야 했다. 후자를 택하자니 두렵고 전자를 택하려니 우리의 포부가 아까웠다.

  책을 만들면서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눴다. 프랑스에서 현재 ‘bon livre'(좋은 책)라 함은 만 단위로 팔린 것이 아닌 3천 권 정도 팔린 개성 있는 책을 말한다. 한국에서 출판되는 이 독특한 책도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게 편집자의 바람이다. 저자는 다르다. ‘그건 부수에 관계되어 있지 않다. 오직 시간에 관계된 문제다.’ 그는 강경했다.

  “교보문고에 책이 없다. 서재의 칸에는 빈 공간이 남아돈다. 다양성이 없는데 대체 얼마만큼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을지. 왜 이렇게 가난한가. 돈도 없는데, 읽을 것도 없다. 최악이다.”

오래된 소녀, 저자가 더불어 한 말이다.

by 작은울 | 2009/04/02 20:31 | 출판일기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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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록 중간에 끼어들긴 했지만 내 손이 간 첫 작업이 드디어 결과물로 나왔다. 또 의미를 둘만 한 것은 내가 쓴 - 온전히 쓴 글은 아니지만 - 글이 지면에 실렸다는 것. 처음 이것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본 뜻은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책이 정말 잘 돼야 할텐데...... ...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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